
선교사와 커피나무
2023년 12월 05일
캄보디아 어느 소녀 이야기
2023년 12월 05일
garment workers © Reuters
캄보디아 인구 1710만, 평균연령은 26세에 불과한 젊은 나라입니다. 국민소득은 이제 1900달러를 넘어섰고 국가 정책산업인 봉제업의 기본급은 200달러입니다. 일부 수당을 포함하여 한달에 250달러 정도를 받으며 120만명이 일하는데, 그 중에서 90만명이 여성입니다(2023).


20대 초반의 봉제공 여성들은 수백명이 뿜어내는 작업장의 열기를 식히고, 누적된 피로와 잠을 쫓기 위해서 길거리 좌판의 냉커피를 찾습니다. 차가우며 달달한 맛의 연유 커피 한잔은 봉제공 여성들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각성제 역할을 합니다.

‘커피 안의 커피’(coffee in coffee)로 불리는 카페인은 45분 정도면 99%가 위벽을 통해 흡수되고 몸의 변화로 나타납니다. 여성은 하루에 약 300mg의 카페인이 필요 하지만(남성 400mg)*, 커피 한잔에서 대략 80~150mg을 얻을 수 있으므로 늘 카페인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길거리에서 파는 냉커피입니다. 어디선가 공급받아 사용하는 커피원액은 여러 종류 화학약품으로
맛과 색깔과 향기를 입힌 가짜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의 천연 카페인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합성된 발암물질인 것입니다. 오늘도 봉제공 여성들은 커피가 아닌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공장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스타벅스 같은 유명한 프랜차이즈들이 있으나, 길거리 커피와는 10배이상 가격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인 커피 한잔도 평균 3달러를 넘기에, 하루에 최고 10달러를 받는 봉제 숙련공들조차 그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커피 한잔 합시다” 우리에겐 흔한 인사말이 사치스럽게 들릴 수 있습니다. 봉제공 여성들에게 천연 카페인이 녹아 있는 진짜 커피로 노동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을 위로하는 일, 그것은 생명을 살리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캄보디아 북동쪽, 해발 700m를 넘어가는 산악지대 붉은 토양에서 커피나무가 자랍니다. 고급 원두로 분류되는 ‘아라비카’는 아니지만 ‘로부스타’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러버스트(robust)에서 파생된 로부스타 (robusta)는 건강하고 튼튼하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동남아시아 병충해에 강한 열매의 ‘쓴맛’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여졌을 터인데, 이제껏 좋은 커피의 한계점으로 여겨지던 그 쓴맛은 오히려 봉제공 여성들이 즐겨 마시는 달콤하며 쌉쌀한 연유커피에는 아주 잘 맞습니다.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도 높습니다. 아라비카는 평균 1.2~1.4%이지만 로부스타는 2.0~2.2%에 이르기에 봉제공 여성들에게 늘 부족한 카페인을 조금이라도 더 공급해 줄 수가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커피 한잔’은 캄보디아 야생에서 자란 커피원두로 봉제공 여성들을 위한 커피를 내립니다.

(*)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권장 기준